대략 2023년 즈음부터 중국 브랜드의 키보드가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좋은 키보드 = 비싸다의 공식이 깨졌다 할 수 있겠는데요. 가성비 알루미늄 키보드의 유행을 선도한 WOB 레이니 75와 플라스틱 하우징이지만 가격 대비 높은 빌드 퀄리티를 지녔던 AULA 독거미 시리즈가 그러한 대표적인 제품이죠. 이러한 두 제품은 올해 초부터 사용자들의 입소문을 통해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이를 인플루언서들이 콘텐츠로 다루기 시작하면서 키보드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유저들의 마음에 산뜻한 바람을 불어넣었습니다.
이러한 키보드 시장의 대격변은 전년도인 23년에 이커머스를 통해 이루어졌는데요. 특히, 주역이었던 Akko 및 MonsGeek 등의 브랜드에서 기성품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가스켓 마운트, 보강판, 흡음재 등을 보편적으로 탑재하면서 빌드 퀄리티를 높였음에도 저렴한 가격 포지션으로 출시했기 때문이죠.
저는 그 당시 Akko의 MOD007이라는 제품을 통해 키보드의 새로운 세상에 대해 알게 되었으며, 현재에 이르러 알루미늄 하우징과 커스텀 요소가 강조된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커스텀 키보드는 배열, 하우징 소재, 키캡, 스위치, 보강판, 흡음 설계, 윤활 등의 요소로 구성되는데, 대다수의 유저들은 키보드의 타건감을 위해 가장 먼저 스위치를 바꿔보면서 새로운 커스텀의 세계로 발을 들여놓게 됩니다.
이번 리뷰에서 살펴볼 Akko 로즈우드 스위치는 이따금씩 출시되는 로우 피치 소리를 지닌 제품으로, 초콜릿을 부러뜨리는 듯한 도각도각 거리는 소리가 특징인데요. 이보다 음역이 높은 미들 피치 또는 하이 피치 스위치는 귀에 톡톡 쏘는 듯한 소리를 들려주기 때문에 사무실과 같이 정적인 장소에서 사용하기 어렵지만, 로우 피치는 음역대가 낮고 저소음인 경우가 많아 디스코드와 같이 음성 채팅을 사용하는 환경에서도 거리낌 없이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Akko 로즈우드 스위치는 어떠한 모습일지 분해와 타건을 통해 자세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살펴보기
Akko 로즈우드 스위치는 낱개로 구매할 수 없으며 45개의 스위치가 하나의 패키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75 배열이나 텐키리스 키보드를 사용하는 경우 2개의 패키지를 구매해야 하며, 스위치를 선별하려는 유저라면 하나의 패키지를 추가로 구매하는 것을 권장드립니다.
패키지 후면에는 제품의 스위치 타입, 입력압, 입력 지점, 바닥압, 총 트래블 길이가 표기되어 있습니다.
겉 포장을 벗겨내면 검은색 무지 박스가 드러나며, 해당 박스 내부에는 1줄 당 9개씩 총 45개의 스위치가 트레이에 담겨 있습니다.
스위치를 트레이에서 꺼내어 확대해 본모습으로 일반적인 십자 스템과 정방향 5핀 규격을 사용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로즈우드 스위치의 스펙시트에서는 4.0mm의 총 트래블 길이를 가진다고 표기되어 있지만, 측정해 본 결과 3.7mm로 확인되었습니다.
스위치는 22.4mm의 긴 스프링과 12.9mm의 짧은 스템으로 구성되었으며, 하우징 내부와 스템의 측면과 기둥 모두 공장 윤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덕분에 타건 시 스템이 바닥을 치지 않아 정숙한 소리를 들려주며, 윤활 적용으로 인해 서걱임 없는 매끄러운 타건감을 제공합니다.
Akko CS Piano 스위치와 비교
기존에 사용하던 Akko MOD007에는 자사의 Piano 스위치가 탑재되었으며, 로즈우드와 동일한 5핀 리니어 스위치로 설계되었습니다.
MOD007 키보드에 탑재된 스위치는 Akko CS Piano 스위치로 3.5mm의 총 트래블 길이를 가진다고 스펙시트에 명기되어 있는데, 측정 시 3.6mm로 확인되었습니다.
CS 피아노 스위치는 2.0mm의 스프링과 13.6mm의 롱 폴 스템으로 구성되었으며, 하우징 내부와 스템의 측면에 공장 윤활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단, 로즈우드 스위치와는 달리 기둥에는 윤활이 적용되지 않았으며 윤활의 양도 적은 편입니다.
타건 및 마무리
타건은 2개의 시스템 도어가 장착된 이중 방음 부스 내부에서 촬영되었으며, 사용된 마이크는 소니의 미러리스인 A7R5의 내장 마이크가 사용되었습니다. 또한, 플라스틱 하우징이 사용된 Akko MOD007 키보드와 알루미늄 하우징이 사용된 스웨그키 브릿지 75에 장착하여 타건하였으며, 사용된 스위치는 Akko CS Piano, Akko Rosewood, MMD Princess 총 3종입니다.
이전 리뷰에서 살펴본 다얼유 A104 PRO 8K에 장착된 스노우축은 공장 윤활이 되어 있지 않아 타건 시 스템의 마찰로 인해 서걱임이 느껴졌지만, CS Piano, 로즈우드, 프린세스 스위치에는 모두 공장 윤활이 적용되어 있어 매우 매끄럽게 눌리고 올라옵니다. 또한, 스템의 길이는 12.9mm로 짧아 타건 시 스템이 바닥을 치지 않기 때문에, 스위치 시장에서 선호되는 바치리(바닥을 치는 리니어) 계열을 선호하는 유저라면 다소 어색하거나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입력압의 경우 40g 수준으로 가벼운 편에 속해 장시간 사용하더라도 통증이나 피곤함은 느껴지지 않아 저소음과 장시간 타건이 요구되는 사무실과 같은 정적인 공간에도 적합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번 로즈우드 스위치는 국내에는 출시되지 않아 타오바오나 알리 익스프레스 등에서 직구를 통해 구매해야 하는데, 구매처나 할인 조건에 따라 45개 스위치 1 패키지에 1만 6천 원에서 8천 원 대에 구매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해당 스위치를 구매하기에 앞서 버텍스 V1 스위치도 고려했었지만, 얼마 못 가 접점 소음이 발생한다는 이슈가 있어 구매를 보류하였습니다. 이처럼 버텍스 스위치의 아쉬운 점으로 주저하고 있었던 유저라면 해당 스위치는 꽤나 괜찮은 만족감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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